생산의 IT로…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점점 새해라는 것의 의미가 희미해져 갑니다. 그냥 1월 1일은 휴일이고 1월 4일은 또 다른 한 주의 시작입니다. 그래도 방송은 여전히 12월 31일 1년을 정리했고 1월 1일 새해를 시작하려고 안달하고 있습니다.
1월 1일 MBC 뉴스데스크 끝 무렵에 카이스트(KAIST)의 안철수 석좌교수(이 양반이 언제 교수가 되었는지 모르겠군요.)께서 나와 “IT 강국을 가는 길”이란 제목으로 논평하는 것을 봤습니다.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소프트웨어 분야의 대부께서 하시는 말씀이니 대부분 옳은 말씀이겠지만 그 중 와 닿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창조보다는 소비에 편중”되어 있는 인터넷 사용 행태에 대해 문제로 삼았는데 사실 딴죽을 걸자면 인터넷을 사용한다는 의미는 창조보다는 소비의 의미가 강하기 때문에 소비에 편중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소비 행태 중에서 채팅, 음란물, 동영상 교환을 대표적인 소비 행태로 지적했는데 그렇다면 일반 사용자가 할 수 있는 창조적인 인터넷 사용 행태에 대해서는 지적을 해 주시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아마도 가장 쉬운 창조 행위라면 개인 블로그를 운영한다거나 네이버 지식 검색에 답변해 준다거나 조금 고상하게 위키피디아에 공헌하는 것 정도가 창조적인 인터넷 사용 행태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안 교수님의 말씀이 어떻든 간에 요지는 충분히 이해를 하겠고, 비단 인터넷 사용 행태뿐만 아니라 IT 전반적으로 창조보다는 소비에 치중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유무선 통신, TV, 인터넷이 하나로 뭉쳐지면서 더 나은 서비스/콘텐츠 제공, 더 나은 문화를 창조하려는 노력보다는 얄팍한 기능 추가, 보조금 지원 등으로 물건 하나 더 팔아보자는 제조사, 서비스 업체의 행태가 더 큰 문제로 보입니다.
지난해 애플(Apple)의 아이폰(iPhone)의 성공을 보면서 원하는 것을 쉽게 만들 수 있고, 쉽게 전달할 수 있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어떤 것인지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구글(Google)의 많은 서비스를 보면서 표준이 어떤 것이고 표준을 사용한다는 것이 생산성에 어떻게 이바지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의 삼성, LG, SK, 인터넷 뱅킹은 새로운 해에도 아무 변화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인지.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저도 회사일로 프로그램 짠 것 말고 얼마나 많은 IT를 이용한 창조적인 활동을 했는지 부끄럽습니다.
안 교수님처럼 창조라는 거창한 이름의 IT까지는 아니더라도 더 나은 소비를 위해 생산하는 IT로 조금씩 변하는 한국의 IT 산업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