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서 책 보기

책은 반드시 아니 될 수 있으면 사서 보자는 것이 예전 생각이었습니다. 특히 학창 시절에는 특별히 구하기 어려운 책이 아니면 사서 보았습니다. 물론 전공 서적이나 소설책이 대부분이었지만.

책을 사서 읽는 가장 큰 장점이라면 시간이 쫓기지 않고 볼 수 있고, 나중이라면 언제든지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내 책이니까 중요한 부분에 표시나 낙서도 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남에게 빌려 주거나 줄 수도 있습니다. 또 빼놓은 수 없는 것이 책장이 장식하는 장식품으로도 유용하다는 겁니다. 물론 요즘은 전자책이 있어 책장에 뽐내기 위해 꽂진 못하지만 책 읽기 프로그램의 “내 서재”에 가득한 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울 수 있습니다.

이렇게 책을 사서 보는 것이 유용함에도 불법 복제 책이 많이 없어진 지금 책을 사서 보는 것이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사실 술 한 번 먹는 값도 안 되는 책값이 뭐가 문제냐고 하겠지만 그래도 책 살 때면 주저하게 됩니다. 이런 이유 등으로 최근 읽는 책은 대부분 구립도서관에서 대여해서 보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노원구에는 노원정보도서관과 월계정보도서관처럼 비교적 큰 규모의 도서관이 있는데 제가 사는 곳에서는 좀 거리가 있어 쉽게 가서 책을 빌려 보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작년 11월부터 “책배달” 서비스라고 인터넷으로 원하는 책을 검색한 후 자기 집에서 가까운 구청에서 운영하는 다른 도서관으로 배달 신청을 해서 빌려 볼 수 있는 좋은 제도가 생겼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월계3동 주민자치센터에 있는 나눔작은도서관으로 배달을 신청하는데 집에서 5분 거리라 출근길에 대출, 반납 등을 하고 있습니다.

대게 다른 구립도서관과 비슷하게 대출 기간은 2주고 최대 3권까지 책을 빌릴 수 있습니다. 처음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때만 해도 바쁜 일상에 2주에 책 한 권이나 읽을 수 있을까 했는데 예상외로 빌려서 읽는 것이 독서에 좀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먼저 책을 빌려서 보면 대출 기간을 지켜야 하는데 어떻게 보면 시간에 쫓겨 대충 읽을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으나 오히려 시간이 정해져 있어 더 집중해서 책을 읽는 습관이 길러 지고 있습니다. 주로 출근길 전철에서 독서를 하는데 처음에는 주변 소음 등으로 산만해서 집중이 잘 안 되었는데 최근에는 오히려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집에 도착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둘째 책의 내용을 메모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책을 사서 읽을 때에는 언제나 다시 볼 수 있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거나 중요한 부분에 표시 정도만 하고 넘어갔는데 지금은 반납하면 다시 대출하기 어려워 표시해 둔 문장을 책을 다 읽은 다음에 어딘가에 메모합니다. 그러면서 책의 내용을 정리하고 일종의 독서 복기(復棋) 같은 것을 하게 됩니다. 더 나아가 나름대로 한 줄 서평이나 독후감 등을 자연스럽게 적게 됩니다.

셋째 남과 함께 읽는 책이기 때문에 책을 소중하게 다루게 됩니다. 최대한 깨끗하게 보고 반납하려고 애쓰면서 같이 쓰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많이 느끼게 됩니다. 특히 빌린 책이 이전에 책을 빌린 사람에 의해 낙서가 되어 있거나 훼손됐을 때 더 조심스럽게 책을 읽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독서 욕심이 더 생깁니다. 2주에 3권은 최대 대출 기간이지 그 전에 반납하면 바로 다른 책을 빌릴 수 있기 때문에 빨리 읽고 새 책을 빌려 보려고 합니다. 가끔 어려운 책을 읽을 때에는 2주에 한 권도 어려울 때가 있긴 하지만 일주일에 2권 이상 읽을 때면 나름대로 뿌듯함도 느낍니다.

사실 빌려 읽던 사서 읽던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책을 살 돈이 없다던가 서점에 책이 없어 살 수 없다는 핑계를 대기 전에 도서관을 찾는 것은 정말 좋은 습관입니다.